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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화백 “만화 삼국지”

중국의 역사에 기반한 소설인 ”삼국지“는 동아시아 3국인, 한중일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소재이다.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역사이기에 자연스럽게 인기를 끄는 반면, 일본에서는 “코에이”라는 회사에서 삼국지를 배경으로 게임을 만들어 내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지“는 인기있는 소재로 손꼽히는데,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삼국지를 접하고, 이러한 관심은 성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에서도 ”삼국지“를 소재로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고, 가벼운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이렇듯 삼국지는 동아시아 3국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삼국지 연의와 삼국지 정사“

삼국지는 연의와 정사가 있다. 정사는 일종의 역사서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딱딱한 내용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기술해놓고 있는 서적이다. 반면, 삼국지 연의는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해서, 소설적인 상상력을 가미해서, “서사”를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 형태의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삼국지“라고 하면, 소설에 기반하고 있는 삼국지 연의를 의미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나관중”이라는 작가가 쓴 삼국지 연의로, 서진의 진수가 집필한 ”삼국지“와 배송지의 “삼국지주”에 수록된 야사와 잡기를 근거로 “전상삼국지평화(全相三國志平話)”의 줄거리를 취해서 쓴 작품이다.

원래의 이름은 ”삼국지 통속연의“이지만, 일반적으로 중화권에서는 ”삼국연의“라고 불리고, 영어로는 ”The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와 같은 제목으로 불린다. 참고로 삼국지 정사의 영어 제목은 “Record of the Three Kingdoms”이다.

“삼국지의 배경”

삼국지의 배경은 서기 184년 황건적의 난에서부터 280년까지이다. 황건적의 난과 십상시의 난 그리고 동탁의 폭정, 군웅할거 등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며,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 군웅으로 등장한 조조, 유비, 손권 등의 일대기를 풀어내고 있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의 삼국지”

중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지만, 삼국지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는 일본의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만화로 제작했고, 이는 47회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문열 작가가 번역한 “삼국지 연의”가 잘 알려져 있는 편이고, 최근에는 여러 역사 강사들이 “삼국지 연의”를 재집필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삼국지 작품을 보았다고 하면 대부분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 연의”

우리나라에서는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가 마치 정석처럼 여겨졌지만, 고우영 화백 역시도 ”삼국지“ 시리즈를 그려냈다. 단, 다른 소설가들처럼 글로 쓴 것이 아니라, 만화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로 그려진 삼국지이기에 소설로 쓰인 삼국지에 비해서는 보다 가볍게 다가오는데, 실제로 내용도 글로보는 것보다는 다소 가벼운 편이기도 하고, 고우영 화백의 시대를 앞서간 작화기법과 내러티브 방식이 반영되어,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이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일간스포츠 신문에서 연제되었고, 지금까지도 여러 삼국지 만화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삼국지와는 다른 고우영 화백만의 독특한 해석이 돋보이는 삼국지“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는 기존의 다른 삼국지와는 달리 작가 특유의 독특한 시선과 해설이 담긴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가볍게 접근하는 듯하면서 가볍지 않은 스토리텔링이 일품이다.

시대를 초월한 기법으로 중간중간 작가가 작품 중간에 끼여들기도 하는 듯한 내러티브가 돋보이기도 한다. 일부 장면을 과장되게 그려내기도 하고, 예수 등과 같은 시대에 어긋난 밈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요소를 작품에 활용하여 긴장감을 잠시 풀어주기도 하는데, 고우영 화백 특유의 개성있는 내러티브로 꼽을 수 있다.

작품 해석에서도 기존의 다른 삼국지 작품과는 다른 해석을 선보이기도 한다. 현대에서야 개혁가로 재조명 받고 있는 ”조조“라는 캐릭터를 그는 1970년대에 이미 ”개혁가“로 그려내고 있는 반면, 주인공격으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유비”는 “쪼다”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현대에는 로맨티스트로 그려내고 있는 여포를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에 추남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현대의 삼국지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제갈량 역시도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다른 작품에서 보다 더 뛰어난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제갈량이 일부러 관우를 제거하려고 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도 한데, ”제갈량의 관우 제거설“이 여기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실제와는 거리가 있고, 상식적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고우영 삼국지에서 소개되어 있는 제갈량의 능력을 보면, 혼자서도 충분히 위를 멸망시킬 수 있는 수준의 지휘관으로 묘사되어 있기에 이러한 설은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엄격한 검열로 인해서 원본이 훼손되었던 작품“

고우영 화백이 삼국지를 연재하던 시기의 대한민국은 검열을 심하게 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검열로 인해서 원래는 10권 짜리의 책이 5권 분량으로 줄어들 정도로 삭제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당시에는 검열하고 삭제하는 과정을 작품의 복사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원본에 수정 작업을 가했기에 결국 이는 원본의 훼손이라는 비극을 가져왔다. 나중에 원본을 복원한 버전이 출간되기도 했으나, 고우영 작가는 작품 서문에 “내 자식이 팔다리가 다 잘리는 고통을 겪고도 20여년 동안 그 자식에게 앵벌이를 시킨 꼴…”이라는 내용을 남겼다.

다행히도 2000년대에 들어서며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는 CD 버전으로 전자책 형태로 출간이 되기도 하고, 종이책으로도 재출간이 되기도 하면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는 기존의 삼국지와는 또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기존의 정석적인 캐릭터와 작품 해설과는 다른 고우영 화백 특유의 독특한 해석과 서사적인 요소에서 또다른 매력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고우영 만화 삼국지”

  • 저자 : 고우영 화백
  • 출간일 : 2007년 7월 20일
  • ISBN : 9788959191291
  • 교보문고 : http://app.ac/nAC9l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