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azine Korea

베벌리 나이두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다. 나라 자체도 생소한 편인데, 이러한 나라의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는 것은 쉽지 않다.

베벌리 나이두(Beverley Naidoo) 작가가 쓴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Out Of Bounds)”는 소설 책이지만,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있음 직한 내용으로 쓰인 소설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제임스 조이스 작가의 “더블린 사람들(Dubliners)”, 우리나라의 ”천변풍경“과 유사한 느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 분리주의의 아품을 남아공의 역사”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듯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역시도 분리주의의 아픔을 겪었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정책으로 이는 아프리칸스어로 ”분리“를 뜻하는 말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소수 백인이 다수의 반투(순수한 아프리카 흑인)과 유색인(혼혈인종)을 합법적으로 차별한 정책이다.

제국주의 시대가 남긴 아픈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정책에 대해서 뉴스나 역사에서 접해본 것이 전부였지만, 이러한 내용을 드러내는 소설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기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을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의 영문 원제는 ”Out Of Bounds”이다.

“7개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

책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가지고 온 사화적인 차별 등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백인들과 아프리카 토착민들과 유색인들 간의 차별과 백인들을 위한 사회가 구축되는 과정, 그리고 백인들을 위해서 구축된 사회에서 평등한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내용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책에서 등장한 역사적인 내용은 사실이기에 어쩌면, 남아공의 실제 역사가 담긴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총 7개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배경에서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별로 약 10년 간의 시대적인 격차가 있는 것으로 그려낸다.

“모험”

첫 번째 이야기인 모험의 시대적인 배경은 1948년으로 네덜란드계 백인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정착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지위를 구축해나가고, 그 지역에 이미 살고 있는 토착민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 ”베로니카“라는 어린 아이의 두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올가미“

두 번째 이야기인 올가미는 1955년을 배경으로 하며, 아파르트 헤이트 정책이 어떻게 백인과 유색인, 아시아인, 흑인을 차별하는지에 대해서 한 소년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백인들에 몰려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 한 유색인 가정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 “백인들이 우리를 포위했고, 우리를 울타리 안에 가두어 버렸어” 엄마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 “정류장의 비-백인이라는 푯말 아래서 한참을 기다렸다. … 우리는 텅 빈 버스가 벌써 세 대나 덜컹거리며 우리를 지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백인 전용 버스 정류장에 정차하는 것을 봤다. 단지 몇 사람을 태우기 위해서… 내가 더 어렸을 때, 엄마의 배달을 따라갔을 적에는 저 백인 버스 위층 뒷자리에 타는 것이 허용됐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백인과 흑인의 사이에서 나온 혼혈 아이의 이야기이다. 유색인과 흑인을 구분짓는 절차와 기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자신이 백인의 기준에 들었을 때는 특권을 누리는 것이 가능했고, 유색인으로 구분될 때도 어느 정도의 특권을 누릴 수 있었지만, 흑인으로 구분되는 순간 모든 특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릴리, 언젠가는 릴리…“

세 번째 이야기인 “릴리, 언젠가는 릴리”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진실을 왜곡하고, 흑인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장면을 ”릴리“라는 한 백인 아이의 눈을 통해서 그려낸다.

그리고, 릴리의 부모들이 흑인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운동을 후원하기 위해 돕고 있다는 내용 역시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백인 우월주의에 가득찬 사람들과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이다.

”타자기, 총“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이야기인 ”타자기”, “총”에서는 각각, 1976년, 1985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흑인들이 차별의 부당함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백인 기득권 층은 흑인 시위대에 발포하고, 평화저긴 시위를 추구하는 흑인들에 폭력으로 맞서는 장면을 그려낸다. “총”의 이야기에서는 평화적인 시위에서 벗어나 흑인들도 점차 무기를 사용하는 폭력적인 투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평화적인 시위에서, 점차 폭력적인 시위로 변모해나가는 과정, 독립군이 창설되며, 일본에 무력으로 시위를 했던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학교 운동장”

여섯 번째 이야기인 “학교 운동장”은 1995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전까지는 흑인과 백인이 분리되어 교육을 받았지만, 차츰 상황이 개선되며, 정식으로 흑인 교육을 차별하는 법령이 철폐되면서, 흑인들도 백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갈 수 있는 상황을 그려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로사와 로사의 어머니는 흑인인 로사를 최초로 백인들의 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백인 아이들이 흑인인 로사를 괴롭히려 드는 장면이 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어린 시절 로사의 친구로 지냈던 백인 친구가 나타나 로사를 위기에서 구해주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장벽을 넘어서”

마지막 이야기인 “장벽을 넘어서”에서는 백인 아이와 슬럼가에 사는 한 하이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서로의 부모들은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급히 물을 구하기 위해 부유한 백인 가정의 자녀인 로한을 찾아온 빈민가에서 자란 흑인 솔라니를 보고, 낯선 사람을 들이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에 로한은 솔라니를 경계하지만, 결국 문을 열어주고 솔라니에게 물을 길어가라고 허락한다.

여기에 더해서, 로한은 솔라니가 물통을 운반하는 것을 돕기까지 한다. 솔라니를 따라서 흑인들의 거주지역으로 들어간 로한은 낯선 환경에서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만, 흑인 거주 구역을 가까이서 두 눈으로 보면서 무언가를 느낀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한에게 도움을 받은 솔라니는 로한을 다시 로안의 집까지 바래다주고, 다음날 아침 로한은 솔라니가 몰래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철사로 맏는 벤츠“를 확인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어른들의 눈이 아닌,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풀어간 아픔의 역사“

책의 구성이 특이한 것은 각 장에서 여러 가지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사건이 별어지지만, 어른들이 중심이 되기 보다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이러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을 통해서, ”보여주기“의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편견없이 보다 더 생생하게 장면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며, 보여주기의 방식이 보다 더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분리와 갈등, 암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넬슨 만델라, 평화와 화합을 주장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를 넬슨 만델라를 제외하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1993년 넬슨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 폐지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과거 아프리카 인종차별에 저항하다 27년간 투옥이 되었다. 하지만, 출옥 후 그가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은 피의 복수가 아니라, ”화해“였다. 이러한 그의 외침 덕에 과도기의 혼란을 막고 용서와 화해를 기조로 한 새 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벌어졌던 “아파르트 헤이트” 정책, 과거 뉴스와 역사를 통해서 접해볼 수 있었던 정책이지만, 소설을 통해서 보다 더 생생하게 그 현장을 돌아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국, 이러한 점이 문학 작품이 가지는 중요성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Out of Bounds)”

  • 저자 : 베벌리 나이두 (Beverley Naidoo)
  • 출간일 : 2007년 7월 10일
  • ISBN13 : 9788992263023
  • 예스24 : http://app.ac/6bM2PAl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