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환경에 큰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사람 역시도 자연 환경에서 살아가는 개체 중의 하나이기때문이다. 환경 속에서 도시를 건설하고 문명을 이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현대 사회는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혹은 문명이라는 이름의 보호막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문명의 보호막에서 벗어나 대자연에 방치된다면, 우리는 문명을 쌓아 올린 위대함으로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문명을 쌓아올릴 수 있을까?
”문명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대자연에 방치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조셉 콘래드 작가의 “문명의 전초지”라는 작품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소설에서는 문명에서 다소 동떨어져있는 무역 출장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떄문이다. 작품에서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두 명의 백인 주인공, Kayerts와 Carlier는 문명 세계에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다. 문명을 개척하고 전파하라는 미명으로, 두 남자는 아프리카 변방의 무역 출장소로 부임받는다.
Kayerts는 딸의 지참금을 만들기 위해, Carlier는 퇴역 군인으로 그곳에 배치를 받았다. 무역 출장소의 전임자가 열병으로 사망하였기에 그들이 새롭게 부임하게 된 것이다. 실질적으로 무역 출장소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개화한 원주민 Makola(마콜라, Henry Price)이다.
이들 두 백인은 책을 읽으면서 출장소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고, 그곳에서 예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책을 읽으며, 문명의 신비에 대해서 그제야 감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뭔가 바보 같아 보이는 그들, 기존의 구세계에서는 왠지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서 이렇게 외진 곳으로 배치를 받은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는 대목이다.
어느 날, 출장소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Makola(마콜라)가 상아와 무역 출장소 일꾼을 교환한 일을 계기로 좋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들에게 우호를 보이던 이웃 원주민들과의 교류도 끊어지고, 그들과의 관계는 적대적으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무역선도 오지 않아 고립된 생활을 하며 마음이 황폐해진 그들은 설탕 한 조각으로 사소한 시비가 붙게 되고,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다. 결국, 혼전 중에 Kayerts가 쏜 총알에 Carlier가 맞아서 사망하게 되고, Kayerts는 목을 메어 자살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문명과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의 작품”
이 작품은 문명과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인간이 야생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즉, 문명의 보호막에서 벗어났을 때,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두 백인의 모습을 통해서 이러한 아이러니한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명 사회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파견된 두 사람이지만, 문명의 확장과는 거리가 먼 두 사람을 보여줌으로써, 영토와 문명을 끊임없이 확장시키고자 하는 제국주의에도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한다.
“모더니즘 확립에 중요한 역항를 한 작가,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
조셉 콘래드는 “모더니즘”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3가지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Conradian Narrative : 작품 속에서 무관심한 신(Indifferent God)의 모습을 보여주며, 모더니즘적인 요소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 받는다. 콘래드는 한 때, “우주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전처럼 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보호하는 세계관이 아닌 “무관심한 신”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 Grotesque (그로테스크) : 그로테스크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의 가치가 서로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상반되는 가치를 잘 꼬아넣어, 이러한 부분이 부각된다.
- Imperialism (제국주의) : 주인공인 “카이예츠”와 “칼리어”는 어느 측면에서 본다면 제국주의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무역 출장소에서 노예처럼 근무하는 일꾼들 역시도 제국주의의 어두운 단면으로 꼽을 수 있다. 구대륙의 문명 발전을 위해서 신대륙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문명의 전초지라는 작품은 “1897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전에 출간된 작품이기에, 지금 시대의 시각과 시선으로 작품을 본다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시대에는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요소도 작품 속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살아갔던 시대는 제국주의에 영향을 받고 있었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문명 확장에 대한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는 단편 소설로, 여러모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문명의 전초지(An Outpost of Progress)”
- 저자 : 조셉 콘래드 (Joseph Conrad)
- 출간일 : 18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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