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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배꼽 음반 : 김동호 시집”

오랜만에 성균관대 영문학과 과 사무실을 들렀던 적이 있다. 졸업 이후 인턴생활을 해야했기에, 나름의 작별인사를 하러 들렀던 시간이다.

과 사무실을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사무실에서 무료로 배표하고 있는 시집을 받아들 수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이 시집이다.

”김동호 시집, 배꼽 음반“

김동호 작가는 성균관대 영문학과 명예교수로 계셨던 분이다. 1934년생이시고, 책을 출간한 2012년에 거의 80을 앞두고 계신 분이셨으니, 이제는 90을 넘으셨을 것 같다.

연륜을 가진 시인이 쓴 시집으로, 여러 시들을 하나로 묶어둔 책이다. 평소에는 시를 접할 일이 거의 없는 편이기도 하다. 일부러 찾아서 읽어보려고 하지 않으면, 잘 보지 않게 되는 것이 시집이기 때문이다.

김동호 작가의 시집에서는 짧은 몇 개의 단어의 조합으로 삶의 모습을 잘 그려내기도 하고, 풍자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연륜이 묻어나는 여유가 느껴지기도 하며, 우리네 삶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기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벼운 것 같지만, 절대로 가볍지 않은 시들로 가득차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집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시들이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딱 한 가지 ”말말말“이라는 시를 소개해본다.

”말말말“

  • 말, 그냥 옮겨지는 일이 없다
  • 부풀려지고 부풀려지고 부풀려져
  • 신화가 되기도 하고
  • 비틀어지고 비틀어지고 비틀어져
  • 중상모략이 되기도 하고…
  • 새끼 많이 치는 것
  • 男女의 사랑만이 아니다
  • 男男의 비방도 억수로 새끼를 친다
  • 女女의 모함도 억수로 새끼를 친다
  • 말을 타고 가는 이들이여
  • 경마 타고 가는 이들이여
  • 차라리 소를 타라
  • 소 등에 앉은 피리 소년이 되라

“짧지만 강렬한 의미와 여운을 전달하는 시”

“시”를 평소에 잘 접하지 않게 되지만, “시”는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서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단순함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실험이 있기도 하니, 짧은 시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단순화시켜서 전달하는 것이 어쩌면 메시지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학교를 다닐 떄는 영문학을 전공으로 하다보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를 쓰기도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영어”로 시를 써야해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름의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고 보니, “시”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글을 쓰기는 하지만, 정보성의 글이나,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내용의 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이나 시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여유를 조금 찾게 된다면, 필자도 김동호 시인처럼 짧지만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마친다.

”배꼽 음반 : 김동호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