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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엽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 2학기, 취업을 위해서 곳곳의 회사에 이력서를 내던 시기다. 예전에 게임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게임회사” 측에 진지하게 지원을 해보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나갔었던 기억이 있다.

게임회사로 취업을 하는 것을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에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 책 역시도 그러한 과정에서 찾아보게 된 책이다.

”게임은 오락과 예술,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서사론을 바탕으로 게임의 시점을 여타 예술 장르와 비교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글을 풀어나간다. 소설의 서사적 텍스트가 어덯게 독자들에게 전달이 되는지에 관한 이론적인 부분을 다루기도 하고, 영화에서의 서사적인 방식이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대해서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다중 시점이 쓰이기에 소설의 1인칭, 3인칭 시점에서와 같이 명확하게 서술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다양한 카메라 시점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관객에게는 통합된 시점에서 서사를 전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FPS : First Person Shooting 시점에 관하여…“

본격적으로 게임의 의사소통 상황과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소개하는 부분이 바로 “FPS” 시점이다. 이는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둠(Doom)”이라는 게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시점이다. 이 시점이 가상현실과 가장 가까운 시점이면서, 소설에서 거의 적용되지 못했던 “2인칭 시점”에 가까운 형태라고 소개하고 있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벗어난 새로운 2인칭 시점이 게임에서 독자적으로 성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FPS 시점은 점차 발전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데, 이러한 시점을 잘 살리면서 성공한 게임을 “하프라이프 2”로 꼽는다. 실사와 게임이 혼동될 정도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인데, 그래픽이 뛰어날 수 있는 이유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Pixar)”에서 그래픽 부분을 담당했기 떄문이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 기법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소개하며, 2인칭 스토리텔링 기법이 잘 구현된 사례로 꼽는다.

”3인칭 시점에서 1인칭 시점으로…“

과거 3인칭 시점이었던 게임이 대다수였던 장르에서도 1인칭 시점으로 최근 변화되는 움직임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야구 게임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하드볼“ 시리즈와 같이 전체적인 입장에서 한 개의 팀 전체를 컨트롤 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실황! 프로야구“라는 게임에서는 이러한 시각을 뒤집고 한 명의 선수의 시각으로 게임을 진행시키는 시점을 적용시켰다.

농구 게임 역시도 마찬가지다. “NBA”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탈피하여, 한 명 한 명 개인의 시각에서 농구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프리스타일“과 같은 게임이 나타난 것을 보면, 게임에서 “시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법 큰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길드워를 통해서 본 MMORPG 스토리텔링의 발전 방향“

책의 중반부로 넘어가면 ”길드워“라는 게임을 가지고 ”MMORPG” 게임의 스토리텔링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다.

리니지로 대표되는 기존의 “MMORPG” 게임의 문제점으로는 너무 하드코어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성장 일변도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취하고 있기 떄문에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게임을 해서 경험치를 쌓아야 하는 구조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리니지 등의 기존 MMORPG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길드워“에서 보완하고 있다고 한다. 길드워에서는 미션과 퀘스트를 분리하여 전체적인 스토리에 맞추어진 모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A 미션”을 수행한 다음에 “B 스토리”로 넘어갈 수 있고, “B 스토리”를 완수한 다음에 “C 미션”으로 넘어가는 구조로 이러한 점을 보완했다. 이는 기존의 “MMORPG” 게임에서 퀘스트를 단지 부가적인 장치로 둔 것을 벗어나는 시도였다.

”보다 개연성 있는 스토리를 통한 스토리 구성”

길드워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영역에서도 셰익스피어의 문학에서 볼 수 있는 문학적인 요소를 재활용하여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덕분에 스토리 자체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스토리에는 많은 반전요소가 존재하기에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무의미한 레벨업을 피하기 위한 레벨 제한”

또한, 무의미한 레벨업을 피하기 위한 레벨 제한을 두기도 했다. “20”이라는 최고레벨 제한을 두는 대신, 전략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MMORPG”이지만,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과 같은 전략적인 요소를 중시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밸런싱 문제에서 드러날 수 있는 허점을 예방하기 위해 계속되는 패치를 하고 있다.

”전세계 통합 서버 구현“

다른 MMORPG와는 달리 길드워에서는 전세계 통합 서버를 구현했다. 동시에 수많은 접속자가 접속해서 게임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에 대비해서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로, 마을에서만 다른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고, 전장이나 던전에서는 다른 플레이러를 만날 수 없도록 시스템적으로 조치했다. 이는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배틀넷에 접속해서 방을 만든 후, 방에 들어온 사람들끼리만 게임을 할 수 있는 형태와 유사하다.

최대 16명까지 지원이 되며, 8:8의 대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는 웨스트우드사의 게임 “녹스(NOX)”와도 유사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의 계속되는 재창조“

삼국지만큼 게임 소재로 재창조되는 문학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삼국지를 주제로 한 수많은 게임을 찾을 수 있는데, 그 중심에는 일본의 게임 회사인 코에이(KOEI)의 삼국지 시리즈를 뺴놓을 수 없다.

이러한 삼국지 게임에서 드러나는 “시점”의 변화에 대해서도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코에이에서 제작한 삼국지의 경우 “1-6탄”까지는 군주의 시점만 도입하고 있었다면, “7-8탄”부터는 장수의 시점을 도입하는 시도를 보였다.

그리고, “9탄”에서는 전투와 내정을 하나의 지도에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11탄”에서는 그것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 책이 나온 시점에서는 삼국지10까지만 나온 시점이라, 필자의 경험으로 내용을 추가했다.)

”10탄“에서는 원전 중심의 스토리 요소를 추가했다. 또한, ”12탄“에서는 내정을 간소화하고 게임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는 혹평도 있지만, ”삼국지 온라인“이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온라인 삼국지로 도전하고 있는 면도 흥미로웠다.

2024년 현재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는 “14탄”까지 나와있으며, “13탄”은 장수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소위 ”장수제“ 게임으로, ”14탄“은 다시 군주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군주제” 게임으로 돌아왔다.

”아바타형 캐릭터와 인물의 운명“

책의 후반부에서는 ”아바타형 캐릭터와 인물의 운명“이라는 소제목으로 아바타에 대해서 이야기해나간다. (여기에서 아바타는 2009년 개봉된 영화 아바타와는 상관이 없다. 책이 2005년에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아바타의 어원에 대해서 소개하며, ”아바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아바타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아바타라(avataara)’에서 찾을 수 있다. 원래 아바타는 ‘내려오다’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Ava’와 땅이란 뜻의 ‘Terr’의 합성어이다. ‘아바타라’는 ‘내려오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아바트르(ava-tr)’의 명사형으로 ‘신이 지상에 강림함’ 또는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을 뜻한다. 산스크리트어 ‘아바타라’는 힌디어 ‘아바타르’로 발음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바타’라는 용어는 힌디어 ‘아바타르’에서 맨 끝의 ‘르’발음이 탈락된 형태이다. 힌두신화는 이러한 아바타를 보존의 신으로 일컬어지는 ‘비슈누(vishnu)’같은 신이 인간이나 동물의 몸을 빌려 ‘땅으로 내려와 육체성을 획득한 존재’를 일컫는 말로 썼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아바타라는 용어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스토우 크래시(Snow Crash)”라는 Sci-Fi 소설에서 등장했다. 아바타의 본래 의미는 신화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현대적 의미에서는 신화적인 의미는 단순히 사용자가 임의로 재창조하는 캐릭터에 그친다.

“앞으로의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앞으로의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남성 전유물이었던 게임이 이제는 여성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도입해서 여성도 게임에 흥미를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시각을 전한다.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여성 유저를 위한 게임으로 “바비 패션 디자이너(Barbie Fashion Designer)”라는 게임이 있었다. 하지만, 게임에서 서사적인 요소를 찾기는 어려웠던 게임이다.

하지만, 2000년대, 2010년대에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와 같은 캐주얼한 게임들이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기도 했다는 것을 보면, 여성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넣고 게임ㅇ르 단순화시켜서 진입장벽을 낮추면,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을 참여시키기 위한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아래와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 폭력성을 제거한다.
  •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한다.
  •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을 추가한다.

2020년대 다가올 AI 시대와 메타버스 시대를 생각해본다면, 메타버스는 어쩌면 자연스럽게 “게임”과 연결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것은 결국 ”메타버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게임 콘텐츠가 필요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거 ”매니아“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었던 것에서 ”대중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접근하는 시각 역시도 게임산업을 키우는데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