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azine Korea

이외수 “사랑외전 : 이외수의 사랑법”

이제는 고인외 되어버린 이외수 작가는 연세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세대들과 소통하며, 신세대들이 사용하는 말까지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특이한 느낌의 작가였다.

소위 말하는 “기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작가로 스스로도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자신을 기인으로 소개했다. ”제가 생각하는 기인의 행동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글이나 그림, 음악을 한다고 하면 다 말립니다. 춥고 배고프다 이거지요. 저는 30년 동안 글을 쓰면서 제 마누라와 자식들을 굶기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이건 기인 중에 기인이지요.“

”이외수의 사랑법 : 사랑외전“

이외수 작가는 이러한 ”기인“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작가이면서도, 동시에 현대 세대와도 잘 소통하는 작가였기에 트렌드를 선도하는 수필 등을 써내려가기도 했다. ”사랑외전“이라는 책 역시도 이외수 작가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수필”을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겉으로 보아도 그리 무겁지 않은 느낌의 책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머리를 식히면서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도 머리가 무거워지지는 않았다.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거나 있음직한 일을 바탕으로 글을 써내려간 수필이기에 가볍게, 그리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던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책이기에 책을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많이 없기도 하지만,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존버 정신으로 살아갑니다.”

책에서 자주 쓰였던 “존버 정신”이라는 말이었는데, “존버 정신”은 말 그대로 “존나게 버티는 정신”이라는 것이다. 이외수 같은 대작가가 쓰기에는 다소 상스러운 듯한 느낌의 단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점이 바로 이외수 작가의 매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휘 선택에 있어서 편견을 두지  않고, 현대 시대에 유행하고,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어휘라면 거침없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보통의 다른 작가들이라면 언어 파괴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외수 작가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요즘 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책에 쓰인 글을 접하면서도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듯한 느김을 받았다. 가벼운 글처럼 보이기에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쓸 수 없는, 이외수 작가 특유의 오묘한 느낌이 느껴지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무거운 주제도 가볍게 써내려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갖 미사여구로 도배되어 있지 않지만, 잔잔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수필, 음식으로 치면 구수한 된장찌개를 먹는 느낌이다.

책을 접한 다음 책에서 쓰인 문체를 따라서 한 번 비슷하게 써보면서 글을 마친다.

  •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사랑하기 좋은 계절일 뿐, 이별하기 좋은 계절은 하나도 없습니다. 고작 수십년을 살았는데, 수백번의 이별을 겪었습니다. 나를 떠나간 이들이요, 안녕하신지요. 저는 그런대로 잘 있습니다.
  • 한적한 토요일 저녁입니다. 이 글이 발행되는 시간은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발행이 되겠지요. 기나긴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이 오긴 오나 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봄 기온이 찾아옵니다.
  • 혓바닥 밑에 작은 돌기가 생겼습니다. 혀를 놀릴 떄마다 따끔거립니다. 저도 알아들었습니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푹 쉬라는 뜻이지요.
  • 가라고 보채지 않아도 겨울은 가고, 오라고 보채지 않아도 봄은 옵니다. 아니, 이미 왔군요.
  • 뻔히 알면서도 조바심을 치고 있으니, 내 공부는 아직 멀었다는 뜻.”

“사랑외전 : 이외수의 사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