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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는 무라카미 류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수필가, 프로 작가이며 번역가이다. 서구권에서 잘 알려진 유명 작가이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21세기 들어 가장 인지도 높은 일본 작가 중의 한 명으로 꼽혔다.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1979년 군조 신인 문학상을 받으면서 데뷔했고, 1987년 발간된 “노르웨이의 숲”이 43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이 우리나라에까지도 알려지게 되었다. 2010년대에는 ”IQ 84“라는 책을 써내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제목부터 이상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수필집이다. 짤막한 글이 여러편 들어있는 책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책 두꼐도 그리 두껍지 않은 편이고, 글 역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을 모아둔 형태인지라, 읽는 것에 부담이 없다.

이 책은 “앙앙(Anan)”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무라카미 라디오“의 한 해분을 모아둔 것이다. 차례는 연재순으로 되어 있으며, 책의 제목은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 짤막한 에세이의 제목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채소의 기분”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수필과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소제목을 가진 수필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필 : 채소의 기분“

채소의 기분이라는 제목의 수필은 흥미롭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라는 영화에서 노인으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가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이 말을 접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제법 멋진 글귀이기에 여기에서 스토리가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아이가 묻는다.

  • ”그런데 채소라면 어떤 채소 말이에요?“
  • 돌발질문에 노인은 당황하며, ”글쎄, 어떤 채소일까. 그렇지, 으음. 뭐 양배추 같은 거랴나?“

이렇게 얼버부리며, 이야기는 흐지부지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책에서는 용두사미식의 대화로 소개하고 있는데, 조금 더 강력하게 표현한다면, ”기승전병“식의 대화라고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는 목적”

여러 단편들이 오가며, 마지막 부분에는 “글을 쓰는 목적”에 대해서 작가가 언급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듯이, 소설에도 마치 이런 기능이 있기에 글을 쓴다.“라는 것이다.

이제는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는 여전히 드물기에, 현대 사회에서 진정으로 제대로 된 글이 가지는 힘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디지털화되고, 점점 고도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고전은 시대가 흘러도 그 가치를 입증하듯이, 명작은 후대에도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간결한 수필, 그리고 깜찍한 삽화“

그 외에도 책에서는 가볍지만, 피식하고 웃음을 짓게 만드는 짤막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중간중간 깜찍한 삽화들이 들어있기도 한데, 이러한 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참고로, 삽화는 “오하시 아유미” 씨가 그렸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짤막한 수필을 엮어서 만든 책,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제목부터 독특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느낌이 드는 책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삽화 : 오하시 아유미)
  • 발행일 : 2012년 6월 25일
  • ISBN13 : 9788994343648
  • 예스24 : http://app.ac/dACGbx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