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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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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스펙(Spec)”이라는 단어는 사람이 아닌 물건에 쓰이는 단어이다. “Specification”이라는 단어의 약자로, 물건이나 제품이 쓰인 ”상세 기술서“ 정도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물건의 성능에 대해서 간략하게 기술해놓은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순간 이 개념이 ”사람“에게도 적용이 되어서, ”스펙“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어서 쓰이기 시작했다.

”스펙이라는 말이 흔히 쓰였던 2010년대 취업 시장 분위기“

필자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시기는 2010년대 초반이다. 2012년말부터, 2014년초까지 취업을 위해서 여러 곳에 원서를 접수했던 기억이 난다. 2012년 말에는 “CJ E&M”에 지원을 했었는데, “서류 – 1차 시험 – 2차 시험“까지 통과를 하고, 마지막 ”최종 면접“ 과정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던 안타까운 기억이 나기도 한다.

결국, 그 다음해인 2013년에 산업인력공단으로 취업을 했고, 그 다음해인 2014년에는 파주영어마을로 직장을 옮겨잡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도 ”스펙“이라는 단어를 흔히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스펙“이라는 말을 흔히 쓰는 분위기였다. 스펙 5종, 7종과 같은 말들을 쓰면서, 취업 준비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대 중반에 방영된 드라마인 ”미생“에서도 “스펙 7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사를 검색해보니, 2010년대에 쓰인 기사에서 ”취업 9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스펙 3종 : 학벌, 학점, 토익
  • 스펙 5종 :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 스펙 7종 :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 스펙 9종 :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사회봉사, 성형수술

”다양한 스펙을 준비해도 쉽지 않았던 취업“

필자 역시도 취업을 준비하면서 최대한 스펙을 갖추기로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렇게 잡히다보니, 자연스럽게 취업준비를 하면서 위에 언급된 스펙의 대부분을 갖추게 되었다.

학벌, 학점, 토익,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사회봉사까지의 스펙을 갖추었던 기억이 난다. 어학연수와 성형수술의 경우에는 돈이 부족했기에 받지는 못했다.

“스펙에 추가되는 스토리”

스펙 경쟁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여기에 한 술을 더떠서, 자기소개서에 그럴 듯한 스토리까지 추가를 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덕분에 필자 역시도 취업 원서를 작성하면서 각 기업에 맞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그만큼, 2010년대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모두 “노력”을 하는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노력을 열심히 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랬다.

”김정태 작가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이러한 “스펙”에 ”스토리“까지 가미하는 현상은 김정태 작가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이 나오면서 더욱더 가속화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시기는 필자가 대학에 가기도 전이었는데, 졸업을 할 시기가 되니,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마침, 성균관대학교에서 ”김정태“ 작가의 특강이 있었기에 특강도 들어볼 수 있었다.

”김정태 작가 :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이란 무엇인가?“

대학 측에서 발송한 휴대폰 메시지를 받고, 강연에 참가했다. 주제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이었는데, 특강을 들을 당시에는 저자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구글의 채용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서, 필자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강연 중에, 작가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 ”이력서에 내가 여태까지 읽었던 책의 권수를 한 번 적어본 사람있나요?“
  • ”요즘 인문학을 강조하는 추세인데, 국민은행의 채용 사례를 봐도 그렇고, 그렇다면 도대체 인문학적 소양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고, 저자는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가?”가 인문학적 소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그렇다면, 이러한 인문학적 소양을 언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스펙이나 자격증이 없는데?”
  • ”스토리, 즉 이야기를 통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강연을 이어가며, 이야기는 결말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방향성을 알려준다고 말하며, 이 말을 덧붙였다. ”지혜의 어원은 ‘듣는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은 ‘공감’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을 공감시킬 수 있다면, 그 어느 누구도 공감을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동감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다릅니다. 동감은 단지 어떠한 것을 느끼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공감은 다 같이 느끼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이러한 공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여러분들은 혹시 학교나 집과 같은 안전지대에만 있지 않습니까? 안전지대를 벗어나서 기회지대로 나가야 합니다.“
  • ”구체적인 한 사람과의 이야기를 자기소개서에 적어보는 것을 한 번 시도해 보십시오.“

저자의 강연을 들은 후,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접해보게 되었다. 한동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책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직업, Occupation, Vocation”

책에서는 “직업”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직업”은 “직”과 “업”을 따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직” : 영어로는 “Occupation”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내가 점유하고 있는 직장 내에서의 담당 업무를 말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대체가 가능한 부분이다.
  • ”업“ : 영어로는 ”Vocation”에 해당한다. 평생을 두고 내가 매진하는 주제를 뜻한다. 나의 존재와 삶과 뗄 수 없는 무언가를 말한다. 결국, 이는 다른 누군가로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마치, 나이가 들면 연륜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듯이 “업”은 장인정신과도 연결이 되는 개념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직”에 대해서는 걱정을 많이 하지만, “업”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업”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결국,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큰 그림을 그려놓고 나면, 나머지는 작은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결국, 수치화할 수 있는 스펙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념을 전달하고 있다. 한 번 큰 그림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나는 이런 것이 없어…“라는 부정적인 마인드보다는 “나는 이런 걸 잘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하며, 그것을 어떻게 끌고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스펙을 넘어서는 스토리”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결국, 단순히  모두가 갖추고 있는 “스펙”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는 차이가 있는 “나만의 무언가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라.“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나온 초반에는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여겨졌다. 천편일률적인 스펙을 넘어서 ”자신“을 스토리로 소개한다는 개념은 참신한 소재로 다가왔을 것이니, 기업에서도 긍정적으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만의 스토리를 갖는 것 역시도 결국 평준화를 갖고 오고 말았다. 결국에는 ”스펙“에 더해서 나만의 ”스토리“까지도 준비를 해야, 겨우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볼구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 ”나만의 인생“을 사랑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꼭, 취업만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업“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