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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어야 한다.

20살 군대에 가기 전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 아르바이트 월급을 모아서 기타 학원에 등록을 했었던 적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기타를 가볍게 배워보긴 했었으나, 체계적으로 베워보지 못했던 탓에 군대가기 전 애매한 시간에 기타를 배우는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당시 나름 큰 마음을 먹고 대구 경북대학교 정문 인근에 자리하고 있던 “이대희 기타 교실”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울 수 있었다.

“대구 E-Day 밴드의, 이대희 선생님이 운영하던 기타 교실”

기타 학원 원장님은 당시 블루스 기타를 비롯하여 다양한 악기를 모두 섭렵하고 있는 선생님으로 머리는 산발로 예술가의 느낌을 물씬 풍기던 “이대희”라는 선생님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E-Day”라는 이름의 밴드로 공연을 하기도 하는 기사를 볼 수 있기도 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약 3개월 정도 남은 시간이었기에 당시 선생님에게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시간이 짧기에 엄청난 실력 향상은 무리이고, 군대에 가서도, 그리고 군대에 다녀와서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연습을 위주로, 어떻게 연습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가르쳐 주겠다.”라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필자는 난생 처음으로 크로매틱과 스케일이라는 것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고, 손가락이 부르틀 때까지 연습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딱히, 노래를 가지고 연습을 한 것은 아니었기에, 커버할 수 있는 노래는 거의 없었음에도, 선생님의 지도방식에 따라서 크로매틱과 스케일 연습만 계속해서 했었다.

“너 C 스케일 칠 수 있냐?”

어느 날 학원에서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물어보셨다. 그리고, 필자는 반사적으로 “C 스케일 압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럼 한 번 쳐 봐.“라고 말씀하셨다. 연습을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자연스럽게 스케일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기에 제대로 스케일을 칠 수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너 그거 아는 걸 물어본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거다.”

아주 짤막한 한 마디였지만, 그 말 한마디는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정도면 족하다고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인생에서는 그 정도로는 대부분 부족하다.

단순히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악기를 다루는 분야에만 국한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고, 학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아무리 많이 공부해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필요한 상황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학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알고 있어도, 결국 그것을 내가 알고 있다고 드러내 놓을 수 있을 정도가 되지 못한다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

블로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블로그를 아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글을 꾸준히 써내는 사람은 드물다. 단순히 알기만 알고, 진행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대학 시절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가르침“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학하던 시절, 한 수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중간고사 시험이었는데, 시험 시간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논술 주제는 3개나 내준 것이다. 셋 중하나만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3가지 주제에 맞는 답을 모두 충분히 작성해야 했다.

지문이 어렵지는 않아서 답을 적는데 무리는 없었으나,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적어서 제출하려고 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시간 부족으로 인해서, 2문제는 제대로 답을 제출했으나, 마지막 문제는 시간 부족으로 인해서 답을 충분히 적을 수 없었다.

결국, 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아는 것을 모두 적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아는 것에서 그쳤기때문이다.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러한 작은 경험 이후, 단순히 무언가를 아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무언가를 아는 것은 중요하나, 결국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해내고 내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아는 것에서 만족하고 그치는 것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것이다. 20살, 기타를 배우면서 얻은 작은 꺠달음이 어쩌면 인생 전체에 영향을 주는 꺠달음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