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반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강의와 서적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방송인 EBS는 마이클 센델 교수의 하버드 대학교 강연 영상을 녹화하고 편집하여, 우리나라에서 방영했다. 이는 마이클 센델 교수가 원했던 것으로 “TED”에서 소개했다. 그는 “TED” 강연에서, 대학교 수업 강의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하여 세계에 보급함으로서 그들의 강의를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였고, 결국 그것이 실현되었다.
또한, 201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사회는 갑작스럽게 인문학 열풍이 불기도 했으며 ”정의“가 결핍이 되었던 사회이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EBS에서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방영되면서, 한동안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우리나라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이름으로 EBS 교육방송에서도 방영이 되었고, 그 내용은 책으로도 출간이 되었다. 영어 원제는 “Justice”로 우리말로는 간단하게 “정의”라고 번역할 수 있다.
마이클 센델 교수는 ”정의(Justice)“라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학자들의 ”정의“에 대한 정의를 가져오기도 하고, 그들이 남긴 정의에 대한 정의에 대한 허점에 대해서 학생들과 토론하며 파고들며, 학생들로 하여금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서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예로 들고, 이런 경우에는 어떤지, 저런 경우에는 어떤지에 대한 대화와 추론을 이어나가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나가는 형식이다.
“철로를 이탈한 전차의 딜레마”
책은 시작부터 아래와 같은 상황을 가정하며, 시작한다.
- “당신은 전차의 기관사이다. 전차는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다.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선로 위에서 작업중이다. 전차를 멈추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 이 속도로 들이받으면 인부들이 모두 죽고 말 것이다. 이 떄, 오른쪽에 있는 비상 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 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전차를 비상 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위와 같이 곤란한 상황에서, 각자의 의견은 갈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5명을 희생하는 것보다는 1명을 희생하는 선택을 하는 편이다.
이러한 결론에 다다르면, 마이클 센델 교수는 아래와 같은 새로운 상황을 제시한다. 이 경우는 어떨까?
- ”이제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다. 이번에는 비상 선로가 없다. 저 아래로 전차가 들어오고, 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문득 당신 앞에 서 있는 덩치 큰 남자를 발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 전차가 들어오는 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남자는 죽겠지만 전차는 멈출 것이다. 당신이 직접 던져 전차를 막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그렇다면 덩치 큰 남자를 미는 행위는 옳은 일인가?“
이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자“를 밀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두 경우, 우리의 선택으로 인해서 살릴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동일하지만, 도덕적 판단을 하는 행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우리가 정의하는 ”정의“와 ”도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풀어나가고 있는 강연이며 책이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정의에 관한 정의를 통해서 정의에 다다른다.“
위와 같은 주제들로 우리의 도덕적 판단 기준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이후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이 정의한 “정의”에 대해서 풀어내며 이야기를 해나간다.
정의라는 것을 풀어내기 위해서 3가지의 정의를 바탕으로 풀어낸다. 첫 번째는 행복과 연결시킬 수 있는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드 밀의 ”공리주의“적 시각이다. 두 번째는, 이마뉴엘 칸트와 존 롤스로 대표되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시각“이며, 세 번째는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 본성을 강조하는 시각이다.
세 가지의 큰 틀에서 정의란 무언인가에 대한 철학적 본질에 다가가기 위하여, 각종 사례를 제시하고 각각의 주장의 근거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 반박을 해나가며 “모호한 정의”를 점점 다듬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단순히 시험을 위해서 공부했던 ”정의“에 관한 내용들을 실제 사례와 가정을 통한 상황을 통해서 접해나가면서, “정의”에 대한 개념을 보다 더 실질적으로 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의라는 것은 결국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래 전부터 많은 석학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왔을 것이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정의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철학자들이 정의한 정의“
여기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소개되었던 철학자들이 정의한 ”정의“에 대해서 정리해보도록 한다.
- 공리주의(Utilitarianism)
- 공리주의의 원칙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 제러미 벤담(Bentham Jeremy)의 공리주의 :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쾌락이 고통을 넘어서도록 하여 전반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옳은 행위는 “공리(功利)”를 극대화하는 모든 행위이다.
- 존 스튜어드 밀(John Stuart Mill)의 공리주의 : “자유론”, “공리주의”를 저술하며 벤담의 공리주의를 다듬어 그것을 살리려고 시도했다. 고급쾌락과 저급쾌락을 분리하면서, “더 바람직하고 가치있는 쾌락이 있다”고 정의했다.
-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 사람은 이성적 존재이기에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 칸트가 말한 자유는 “천성이나 사회의 관습에 따라서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여한 법칙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다.
-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결과가 아닌 ”동기“에 있다.
- 행동이 선하려면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동기는 ”의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무동기는 올바른 이유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 도덕 : 의무 VS 끌림
- 자유 : 자율 VS 타율
- 이성 : 정언명령 VS 가언명령
- 관점 : 지적영역 VS 감각적 영역
- 정언명령은 어떠한 행동이 그 자체로 바람직한 것을 뜻한다.
- 가언명령은 정언명령의 반대 기념으로 ”이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 존 롤스 (John Rawls) “정의론”
- 우리가 이 사회에 속해있다는 것은 우리가 암묵적으로 합의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
- 롤스는 “정의론”이라는 책에서 “무지의 장막” 안에서 합의한 원칙만이 공정한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 “무지의 장막”이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일시적으로나마 전혀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계층과 성별, 인종과 민족,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신념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 합의만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Aristole)”
- 정의는 목적론에 근거한다. 권리를 정의하려면 문제가 되는 사회적 행위의 “텔로스(Telos : 목적, 목표,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 정의는 영광을 안겨주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정의는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결정하려면, 어떤 미덕에 영광과 포상을 주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정의로운 법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 기술을 연마하는 것과 같이 도덕적 미덕도 습관을 통해서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결국에는 체화된다.
”다양한 철학의 개념에 대해서 접하며, 공정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는 시간“
마이클 센델 교수의 강연이면서 책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 번에 명쾌하게 이해하거나 정확한 답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도덕“이나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왜 우리가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왜 그것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보다 더 깊게,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 사유하며, 생각해보기도 하며, 그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보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정의”를 “정의”해보기도 하며, 사회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기도 할 것이다.
2010년대에도 “정의”는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2020년대인 지금도 마찬가지로 “공정과 상식”은 여전히 화두로 떠올라 있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그 말을 스스로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주며, 다시 한 번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 저자 :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
- 발행일 : 2014년 11월 20일
- ISBN13 : 9788937834790
- 예스24 : http://app.ac/c3PMaUJ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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