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azine Korea

미국 캔터키 주 워싱턴 “맥도날드 가짜 경찰 사건”

2004년 4월 9일, 미국 켄터키 주 워싱턴에 위치한 맥도날드 지점에서 희대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남자가 부매니저인 도나 서머스에게 전화를 걸어 “그곳의 백인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고객의 돈을 훔쳤다”고 거짓말을 했다. 문제는 부매니저가 이 말을 그대로 믿어 버린 것이다.

서머스는 당시 아르바이트 중이던 루이스 오그본을 떠올리며 “루이스 말입니까?”라고 되물었고, 전화를 건 남자가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아르바이트생이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자 서머스는 루이스를 사무실에 가두었다. 이후 남자의 지시에 따라 루이스의 옷을 벗겨 앞치마만 입은 상태로 만들었고, 루이스를 잘 알고 조사할 수 있는 사람을 부르라는 말에 서머스는 자신의 약혼자 월터 닉스를 불렀다.

월터가 맥도날드 사무실에 도착하자 남자는 월터에게 루이스를 다 벗긴 뒤 춤을 추게 하고, 팔 벌려 뛰기를 시켰다. 또한 루이스가 자기 손가락으로 성기를 벌리게 하고, 루이스를 무릎에 앉혀 키스를 하게 하며, 거부하면 엎드리라고 한 뒤 엉덩이를 때리고, 루이스에게서 펠라치오를 받으라는 황당한 명령들을 차례로 내렸다. 문제는 월터도 이 남자가 진짜 경찰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어처구니없게도 이 모든 행동들을 시켰다는 것이다.

루이스가 울면서 그만해 달라고 했음에도 월터는 계속했고, 서머스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매장을 서성거렸다. 결국 유지 보수 담당 직원인 토마스 심스가 이것이 장난전화라는 것을 알아챘고, 그 순간에야 이 사태는 끝났다.

“맥도날드 가짜 경찰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이 모든 짓거리를 벌인 용의자는 데이비드 R. 스튜어트였다. 사설보안업체에서 일하던 5명의 자식을 둔 가장으로, 사건 이전에는 쇼핑몰 경비원, 보안관 대리로 일했으며 집에서는 경찰 잡지, 서류, 권총 홀스터, 유니폼 등이 수백 개씩 발견된 것으로 보아 경찰관을 꿈꿨던 것으로 밝혀졌다.

추가 조사를 통해 스튜어트는 타코벨과 애플비 등 다른 업체에도 장난전화를 해 비슷한 방식으로 알몸 수색을 시켰으며, 이러한 장난전화는 1982년부터 계속되어 왔고 총 9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9건의 전화 모두 공중전화에서 이루어졌고, 공중전화에서 그를 본 사람이 없다는 이유와 “이 사람은 설득력이 떨어져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변호사의 주장 덕분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결국 이 사건은 피해자 루이스 오그본과 가해자 스튜어트 사이의 민사소송으로 번졌다. 스튜어트는 훗날 오그본의 고소장을 받고 “난 책임이 없지만 너도 불쌍하다. 나도 차랑 직장 잃었다”는 뻔뻔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도나 서머스와 월터는 파혼했으며, 월터는 미성년자 감금과 성범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머스는 경범죄와 불법감금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맥도날드에서 해고된 후 맥도날드를 상대로 “장난전화에 대해 경고를 하지 않았다”며 5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끝에 110만 달러를 배상받았다.

피해자 루이스 오그본은 사건의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을 여러 번 받고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했다. 이후 맥도날드를 상대로 “비슷한 장난전화가 여러 건 있었음에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2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 끝에 610만 달러를 배상받았다.

“영화로도 제작된 사건 : Compliance”

2012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가 제작되었다. 또한 “Law & Order: SVU”에서도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가 방영된 바 있다. 이 사건은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권위에 복종하게 되어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EBS에서 방영된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권위가 주는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복종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기획했다. 이들은 총 두 가지의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1: 의사의 황당한 명령 실험”

첫 번째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시력검사”를 받는다고 알리고, 의사가 있는 방으로 한 명씩 들어가게 했다. 처음에는 시력검사와 관련된 질문을 하던 의사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상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신발을 벗고 뜀뛰기를 하거나 쪼그려 뛰기를 하라는 등의 명령이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의사의 명령에 불평 없이 따랐다.

“실험 2: 경찰의 황당한 요구 실험”

두 번째 실험은 길 한복판에서 진행됐다. 가짜 경찰로 투입된 2인조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쓰레기 줍기, PT 체조, 팔굽혀펴기 등의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큰 불만 없이 가짜 경찰의 명령에 그대로 따랐다.

“권위가 주는 상황에 복종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 분야에 대해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내리는 명령에 무심코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인 “의사”나 “경찰”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도 어느 순간 말도 안 되는 지령을 듣고 그것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맥도날드 가짜 경찰 사건의 교훈”

맥도날드에서 일어난 이 희대의 사기사건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신이었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가짜 경찰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진짜 경찰에 신고했을까? 아니면 가짜 경찰의 말을 그대로 따랐을까?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무려 70건이나 발생했다는 것이다.

“보이스 피싱과의 유사성”

최근 활개를 치고 있는 보이스 피싱 역시 이와 비슷한 심리를 이용한 사기 수법이다. 보이스 피싱으로 전화를 거는 사람들은 “경찰” 혹은 “검사”로 자신들을 위장한다. 보통 사람들은 경찰을 권위 있는 존재로 인식하기에, 그들의 말에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권위에 복종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잘 인지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